國文抄錄

 

   東洋畵의 作品性은 작가가 어떠한 정신으로 對象을 표현하였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연구자는 傳統 속에서 그 진수를 파악하고 자신만의 獨創性을 확립할 때 現代性이 확립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연구자는 지속적으로 제작하여온 모란꽃과 나비의 素材를 중심으로 전통회화의 영향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연구자만의 작품세계를 확립하여 현대적인 표현을 제시하는데 본 연구의 目的이 있다.

   모란꽃은 전통적으로 富貴·繁榮·美女를 象徵하며, ‘百花王’으로서 모든 꽃의 왕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모란꽃이 花甁에 꽂혀진 작품은 모란꽃의 ‘富貴’의 뜻과 화병이 지니고 있는 ‘平安’의 의미가 결합되어, 집안의 부귀와 영화 및 평안하기를 소망하는 뜻이 되었다. 나비는 다채로운 모양과 화려한 빛깔로 인해 부귀와 여유의 상징으로 애호되기도 하였으나, 인생의 無常함과 ‘物我’의 구분을 잊는 절대자유의 경지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모란꽃과 나비를 함께 그리면 부귀와 질수(?壽)를 뜻하여, 전통적으로 長壽·夫婦琴瑟·多産 등의 吉祥을 상징하였다.

   陰陽五行思想에 의한 五方色의 赤色은 삿된 것을 물리치는 ?邪祈福의 의미인 동시에, 가장 강렬한 陽의 색으로 모란꽃과 상통하는 데가 있다. 黃色은 五色의 중심색으로서 우주의 중심에 해당되는 땅의 상징이며, 황제 및 권위를 나타내는 고귀한 색이다. 연구자는 나비를 황색으로 표현하여 화면 중앙에 布置하기도 하였다. 이외에 黑色은 玄으로써 하늘을 뜻하며 존엄을 상징하고, 白色은 빛을 상징하면서 순결과 청렴을 의미한다. 그리고 靑色은 봄과 생명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대로부터 음양오행사상에 의한 상징적 표현수단으로써 색채문화가 전하여 오는데, 오방색은 화려한 장식적 목적 이외에 사랑·다산·다복·장수·우애·부귀·君子를 뜻하며 소망을 상징하였다.

   전통적인 회화영역에서 모란꽃과 나비는 工筆畵風과 寫意畵風 그리고 民畵風으로 분류될 수 있다. 공필화풍은 조선시대 李巖(1499? ?)과 申師任堂(1504?1551) 그리고 金弘道(1745?1816) 등에 의한 섬세한 描寫와 다채로운 設彩가 연구자에게 대상의 세심한 관찰과 강렬한 彩色을 하는데 영향을 주었으며, 사의화풍은 沈師正(1707?1769)과 姜世晃(1713?1791) 등이 기교적인 운필에 의하기보다 사유를 통하여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표현한 방법에서, 연구자는 사물이 화면에 移入될 때 정신표현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미상의 민화풍인 牡丹圖와 蝴蝶圖에는 완벽한 표현보다 ‘坐忘’의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無念의 ‘拙’의 세계가 내재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연구자의 최초의 모란꽃 작품은 치밀한 寫生을 통하여 제작한 鉤勒塡彩法의 <모란(1984년작)>이었다(도 58). 이후 1999년부터 연구자의 작품에 세 가지의 독특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첫째, <꽃과 나비의 찬가>에서 볼 수 있는 화면중앙에 나비가 포치된 ‘중앙집중형’ 구도와 ‘화면분할형’ 구도이다(도 67, 78). 둘째, 모란꽃 한 송이만을 화면중앙에 크게 배치하거나 이와 더불어 화면 좌우상하에 작은 꽃을 배치하여 안정감을 추구하는 <모란도> 作品群이다(도 59, 60, 61). 연구자는 이 작품들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배경에 綠色과 赤色 등의 補色을 이용하여 강렬함을 표현하였으며, 문인화풍의 튀는 듯한 필선을 구사하였다. 그리고 셋째, <三多頌(2005년작)>에서와 같이 적색바탕에 백모란을 포치하고 화면 상부좌우에는 壽福의 문자를, 하단부 좌우에는 꽃과 나비를 배치하여 장수의 상징성을 직설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도 62).

   <삼다송>은 연구자가 현대적인 속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전통의 조각보를 매개로 하여 오방색과 看色을 사용하고, 사의적인 활달한 필치를 水墨이 아닌 채색을 사용하여 튀는 듯한 강렬한 표현을 하였다. 특히 모란꽃과 나비는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形象이 되어 나비이면서 꽃이며, 꽃이면서 나비가 되게 하였다. 또한 莊子가 말하는 ‘蝴蝶夢’의 나비가 나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만물 중에서 하나의 例를 들은 것으로 간주하고, 소재와 작가가 하나로 同되어 ‘坐忘’과 ‘物化’의 세계가 되어 心象의 표현이 되게 하였다. 이외에, <꽃과 나비의 찬가>에서와 같이 오방색의 短線들을 화면 좌우나 네 모서리에 넓게 묘사하여, 寫意的인 표현 외에 액자 자체를 의미하는 실용성도 추구하였다(도 67, 68, 69).

   연구자는 모란꽃과 나비를 상징하는 의미와 오방색의 의미가 유사하다고 생각하여 對象과 色과의 관계를 동일한 의미로 간주하였다. 이것을 ‘沒我’의 경지라 판단하여 대상표현이나 전통채색의 활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따라서 전통의 활용과 이를 탈피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독창성과 현대성의 성립이라고 생각되어, 전통 동양화 채색에서 벗어나 크레용(crayon)·파스텔(pastel)·과슈(gouache)·아크릴(acryl)물감 등을 사용하여 재료에 따라 다양한 변화에 의한 미묘한 색조의 느낌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느낌을 순간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꼴라주(Collage) 기법을 활용하되, 문인화의 즉발적인 표현을 첨가하였다. 이때 연구자는 어린아이와 같이 놀이를 하듯, ‘沒我’의 경지에 접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拙’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연구자는 작품을 제작할 때 사물의 본질에 침잠해보고 상징적 의미를 마음에 두었다. 그리고자 하는 소재의 妙處가 어디에 있는가를 추구하기위하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영역을 분류하여, 보이는 물질을 단순화하고 보이지 않는 대상의 정신에 동화되어 ‘物化’의 경지에 이르려고 하였다. 이때 작품에는 형식적인 形象은 없으나 그 안에 精神이 내재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자유로운 진행과정은 무의식속에서 ‘心齋’와 ‘좌망’에 달하게 되어 전통과 현대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작품의 현대성은 전통의 뿌리에서 탄생하여 작가의 개성과 대상을 觀照하는 태도에 따라 독창성을 구축하였을 때 나타난다고 믿는다. 따라서 연구자는 전통적인 대상의 상징과 표현기법을 통하여 터득한 것을 단순화하고, 즉발적인 표현으로 대상의 심상을 自己化하여 무념의 상태에서 표현하였다.

   연구자는 이러한 작품 내용에 기복·벽사·부귀영화가 담기는 의미보다는, 무념의 상태에서 꼴라주 기법으로 찢어 붙이거나 오방색을 전통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에 따라 무수히 붙이고 칠하는 자체에서 기쁨을 누린 결과, 그 안에 공필화적·문인화적·민화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영향이외에 老·莊思想과 禪의 세계에서 得道되어 가는 과정의 요소인 ‘심제’와 ‘좌망’ 그리고 ‘물화’를 통하여 대상을 자기화하여 몰입되는 과정을 지각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태에서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 벽사·부귀·기복 등의 의미가 담겨질 것이라 믿으며, 전통에서 변화된 현대성이 그 안에 자리한다고 생각한다.

 

주요단어: 모란꽃과 나비, 工筆畵風 寫意畵風 民畵風 象徵的 意味, 心象, 老·莊思想, 現代